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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 Report

오토체스

 

Autochess의 태동

 

내 기억 속의 2019년은 배틀로얄 장르의 인기가 한풀 수그러들고, 대형 개발사들은 신작보다는 안정적인 운영에 골몰하고 있었던 때로 기억된다. 그런 시장에 상황에 갑자기 등장한 오토체스는 게이머 커뮤니티 사이에서 인기를 끌며 급부상했다. 겨우 도타2 기반의 유즈맵 게임이 이렇게 뜨겁다니? 나 또한 운과 때가 좋았던 그 게임에 관심이 생겼고, 금세 빠져들고 말았다.

우연히도 나는 당시에 마작을 배우고 있었는데, 오토체스를 하면 할수록 같은 시기에 시작한 두 게임 사이의 보이지 않는 연관성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중에 오토체스 개발자들이 마작을 참고해서 기본 룰을 설계했다는 코멘트를 보고 나서야 심리적 가려움이 해소됐다. 어쩐지!

 

마작이 무엇인가? 요약하자면 정해진 인원이, 정해진 패를 가지고 라운드를 순환하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역(족보) 만들어 최종 승자를 정하는 게임이다. 해봐야 아픈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고 인기있는 테이블 게임이다. 그런 마작의 단점은 무엇인가? 룰의 복잡성과 비용도 있겠지만, 최고의 허들은 ‘4명이 모이기 힘들다 것이다.

오랜 기간 재미로 검증된 놀이 현대의 강력한 온라인 인프라를 접목시켰으니, 이상의 미사여구가 의미 없을 정도다. 물론 여태 그런 류의 시도가 없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오토체스는 플렛폼의 장점을 살리면서 기존 유즈맵 요소를 믹스하고 기막힌 밸런스로 경쟁심리를 자극했다. 한 마디로 쩔게 잘 만들었다. 메타를 바꿀 수 있는 유연한 시스템까지 갖추고 있었기에, 유저 커뮤니티 또한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오토체스의 성공으로 인해 도타2는 순식간에 스팀 상위에 랭크하며 동접자 기록을 매일같이 갈아치웠다. 수억 대 상금이 걸린 대회가 열리기까지 일년도 걸리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배틀로얄 장르 이후 간만에 채굴된 황금이었다.  AOS가 그랬던 것처럼, 오토체스는 Autochess라는 새로운 장르의 대명사가 됐다.

 

< 인비테이셔널 스샷  -  많은  TCG  프로게이머들이 오토체스로 전향했다 . >

*지금에서의 명칭은 직관성 때문일지, 아니면 어떤 누구의 자존심 때문일지, AOS‘MOBA’로 부르자고 한 것처럼, Autochess오토배틀러라고 칭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게임으로서의 오토체스와 장르로서의 ‘Autochess’를 구분해서 칭하겠다.   

 

 

Autochess의 전국시대

 

오토체스는 스토리텔링이나 새로운 기술이 접목된 게임이 아니었다. 감성적인 영역을 배제하고 철저한 룰이 보증하는 재미위주의 전략 게임. 회사의 규모를 막론하고 누구나 도전할 수 있는 황금의 땅. 이미 휘슬은 울렸고, 달리지 않으면 바보인 상황이 됐다. 바야흐로 ‘Autochess의 전국시대가 시작됐다.

먼저 그 발본원인 오토체스는 개발사와 플렛폼 제작사로 나뉘어 각각 자신의 영역을 지키기 위한 수성 태세를 갖췄다.

 

오토체스의 개발사인 드로고 스튜디오는 이미 모바일 개발에 착수했다는 소식을 알렸다. 모바일 특유의 조작감을 살리면서 귀여운 SD 캐릭터를 차용했다. 도타의 저작권에서 벗어나면서 다양한 유저층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보였다.

 

플렛폼을 제공하던 도타는 언더로드라는 독자적 IP 노선을 선택했다. 다크한 컨셉의 본가느낌을 가져오면서, 유저들에게 그래픽 퀄리티업을 어필했다.

 

같은 뿌리에서 나온 두 게임은 순발력 있게 각자의 색깔을 마련했지만, 양쪽 다 적절한 BM을 마련하는 것에서 애를 먹었다. 오토체스는 원래 짐꾼 스킨을 뽑는 정도의 소소한 BM을 가지고 있었는데, 거기서 더 발전시킨 상품을 차세대에 선보이진 못했다. 물론 전황에 뛰어든 다른 중소 개발사들도 사정은 같았다. 물론 사방에서 호시탐탐 유저풀을 노리고 몰려드는 대국大國에 대비하느라 급급했을 것이니, 여력은 없었을 것이다.

 

< 초기의 오체 모바일과 언더로드 스샷  –  파이를 키워 놓고 마냥 뺏길 수는 없었다 .>

 

반면, 대형 개발사들은 순발력이 떨어지는 단점을 자신들이 보유한 유저풀과 IP로 보완하며 몸집을 키웠다.

 

유사장르로써 이미 많은 유저들을 뺏기고 있던 블리자드는 하스스톤 안에 하나의 모드를 더 추가하는 것으로 급한 불을 껐다. ‘전장은 기존 TCG 방식을 압축시킨 것도 모자라, Autochess류 전체를 통틀어 단순한 코어 플레이 방식을 차용했으며, 아이템 조합이 보장하는 복잡한 전략성을 영웅으로 대체하는 등 가벼움을 무기로 삼았다.

 

레전드 오브 룬테라등을 준비하며 타 장르로 영토 확장을 노리던 라이엇도 새로운 변수를 맞아 빠르게 대응했다. 전략적 팀 전투(TFT) 모드를 롤 클라이언트 안에 끼워 넣어, 롤의 방대한 그래픽 리소스를 재활용하는 큰 그림을 그렸다.

 

두 대기업은 각각이 보유한 자산을 활용해서 최선最先의 선택을 했지만, 각각의 방식으로 유저들의 원성을 샀다. 블리자드는 추락 가도를 달리던 하스스톤 본편의 매출 때문이었는지, 카드팩을 결제하는 유저에 한해 전장에서 어드밴티지를 주거나 기본적인 통계 항목을 볼 수 있는 억지스러운 BM을 차용해서 공정성 논란을 샀다. 라이엇의 TFT는 참고할 수 있는 게임들이 이미 시장에 많았음에도, 초기 런칭 상태에서는 기물간 밸런스와 조작성이 심각하게 나쁜 수준이었다.

 

전략게임 본질의 가치를 훼손한 하스스톤과, 스스로 결정하지 않고 유저들을 테스트베드 취급한 라이엇 둘 다 대기업에 걸맞은 행보는 아니었다는 게 당시 평판이었다.

 

 

<초기의 전장과 TFT 스샷>

 

Autochess의 지금과 미래

 

앞서 말했듯, Autochess의 게임성은 코어 플레이를 더 다듬지 않아도 될 만큼 너무나도 완벽하다. 그렇기에, 이 파이를 나눠 먹고 싶은 개발사들의 남은 숙제 또한 분명한 편이다.

 

1.     전략 게임이 가지는 특징인 많은 정보를 쉽게 보여줄 수 있는 UI

2.     유저 풀을 유지하기 위한 안정성과 PC-모바일-콘솔 간 크로스 플레이

3.     위 사항들을 기반한 편리한 접근성과 조작성

4.     기꺼이 지불할 수 있는 BM

 

사실 1~3번은 각 회사들이 잘 대응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앞으로도 게임이 망할 때까지 지속해서 대응해야 할 과제들이다. 단연 관건은 4. 실제로, 언급하지 않은 많은 개발사들이 BM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단시간에 낙오할 수 밖에 없었다.

 

Autochess는 유저풀을 담보로 서비스하기에 Free to play일 수밖에 없다. 또한 게임의 원칙 중 공정성이 두드러지는 게임이기 때문에, 과금 유저의 승률에 유리함을 주는 BM은 동작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모든 개발사들은 하나같이 최근 RPG 외의 타 장르에서도 많이 쓰는 BM시즌패스형식의 과금제를 선택했다. 유저들은 시즌 패스를 구입하면 정해진 기간 동안 플레이하면서 개발사가 제공하는 디자인 리소스를 추가로 얻는다.

 

이는 유저간 경쟁에 전혀 지장을 주지 않는 방식이다. (영웅 선택지를 끼워 파는 하스스톤의 경우는 판단이 애매하다.) 예쁘고 멋진 장식품들을 얻기 위해 지갑을 열지 말지는 전적으로 유저들의 기호에 달렸다. 다만 Autochess 장르 유저들은 RPG 유저들과는 다르게 다른 게임으로의 이동이 잦기 때문에, 시즌 패스처럼 기간을 담보로 유저들을 묶어 놓는 형식이 얼마나 잘 작동할지는 알 수 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더 이상의 뾰족한 수가 없으니그 누군가 말했듯, 결과만이 증명할 것이다.

 

<오토체스 시즌패스 – 업그레이드하면 더 많은 보상을 얻을 수 있는 클래식한 형태>
<하스스톤 시즌패스 – 본편과 전장 양쪽 플레이를 강요하는 형식>
<AOE:  레드 타이드  – SF  세계관에 너네가 왜 나와 ?  신박하지 않을 수 없는  SNK  콜라보 >

 

* 이하는 내가 플레이해본 Autochess 게임들에 대한 주관적 평가.

 

1.     오토체스 모바일: 오리지널 오토체스에 귀여운 버전. 메타도 크게 변하지 않으면서 기물 추가도 잦지 않다. 가끔 해도 비슷한 실력으로 플레이할 수 있을 것 같다. 폰게임으로서의 퀄리티가 좋고 메타 공부를 할 필요가 적다.

 

2.     언더로드: 모험모드와 언더로드 스토리를 추가하면서 볼륨도 커졌고, BM을 잘 소화했다. 독자적 IP의 시도는 잘 먹히지는 않는 것 같고, 아트 스타일 때문에 유저 풀 키우기에는 다소 불리함 보인다. (적어도 한국에서는) 현재로서는 비교군에서 가장 발전된 게임 시스템과 게임 퀄리티를 가졌다. 지금은 메타 공부를 할 필요는 적지만, 변수가 큰 시스템들이 가끔 추가된다.

 

3.     하스스톤 전장: 다른 시즌패스들은 디자인 리소스를 계속 추가할 수 있는 반면, 하스스톤은 한계가 명확하다. 지금은 본편을 끼워 파는 억지 BM으로 연명하는 중 하지만 짧고 라이트한 게임성은 장점이고, 직관적인 레이팅 시스템을 가졌다. 메타를 놓치더라도 룰이 워낙 간단해서 쉽게 따라갈 수 있다.

 

4.     TFT: 갤럭시 시즌이 되면서 밸런스 개선과 큰 그림을 유저들에게 보여줬다. 아직 비주얼과 안정성 면에서 수준 이하지만, 하스스톤처럼 개선의 폭이 좁은 것은 아니다. 메타를 매번 다시 공부해야 한다. 롤에 익숙한 유저들도 기물간의 연관관계를 파악하기 어렵기에 진입장벽이 있다. IP를 깡패처럼 휘두르고 있기 때문에 포텐이 가장 크다.

 

5.     AOE: 오토체스 모바일보다도 시장에 먼저 나왔기에 기억에 남았던 게임. 100만 이상 다운로드를 올렸으니 선방이라고 볼 수 있다. SF 세계관을 좋아하면 할 만하다. 최초로 콜라보 위주의 BM을 시도했다. 이후에도 비슷한 식으로 운영해 나갈지 관심이 간다.